연애를 통해 본 리더의 자질
나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역량이 많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다. 그래서 아직은 배우고 있는 단계이다. 나는 요즘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생각한다. 보통은 존경하는 리더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민하곤 한다. 다만 이번에는 여행 도중 문득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어리숙하고 당연한 생각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부족한 리더의 자질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여자친구와의 미국 여행에서 느낀 나의 문제는 인내심 부족이다. 여행 도중 크게 싸우지는 않았지만, 몇 번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적이 있었다. 모두 내가 성급하게 말하거나 행동해서 시작되었다. 예전부터 성격이 급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식당에 앉으면 빨리 주문해야 직성이 풀리고, 물건을 샀으면 빨리 써봐야 마음이 편해진다. 하다못해 2-3일 이상 걸리는 카드 결제 취소도 내 눈으로 봐야만 안심이 되기에 매 시간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접속한다.
성급함은 주로 대화하던 도중 문제를 일으킨다. 주의해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식적으로 말을 가려서 할 수 있다. 하지만 편한 분위기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럴 때 좋은 표현으로 바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이 나오거나, 이기적인 표현들이 섞여 나온다. 설령 사소한 문제이더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나쁘다. 여행 중에는 늘 붙어있다 보니 편하게 대화할 때가 많다. 이때 가끔씩 성급하게 말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애석하게도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아차 싶어서 바로 사과하지만 처음부터 참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다.
급한 성격과 인내심 부족은 연애도중 생긴 다툼의 원인 이상으로 내가 리더가 되기 부족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면서 나는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내가 팀원들에게 좋은 모범 사례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한다.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동료들의 의견을 한 번 물어보는 기회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말을 꺼내거나,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판단해서 아찔했던 적이 분명 몇 번 있었다. 팀원들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내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거나 혹은 나에 대한 신뢰를 잃었을 수도 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지인분이 "연애는 나를 희생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라는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다. 처음에는 크게 어렵거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느끼고 있다. 여기서 희생한다는 말은 무조건 양보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내 생각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입장과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결국 희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비단 연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업무를 하는 회사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사실, 인내심은 리더의 자질이라기보다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덕목에 가깝다. 다만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인내하고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훌륭한 리더들은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더 올바른 전달방법과 언어표현을 구사한다. 돌이켜보면 그들은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고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곤 한다. 마치 급한 상황에서 운전하더라도 옆 차선을 확인하고 차로를 변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 번에 이루어지는 건 없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하자.